8월 2일. 신라젠은 데이터 모니터링위원회(이하 DMC)로부터 펙사벡 임상 3상 중단에 대한 권고받았다. 앞서 에이치엘비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고 급락한 바 있어 신라젠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하한가 두방 반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주가는 7,0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었지만 바이오주들 장세가 살아나며 신라젠도 살아나기 시작했고 현재 저점에서는 1만원이나 올랐다. 하지만 18년 9월 이후 투자한 사람들이라면 단가가 아무리 낮아도 4~5만원대에서 하한가를 맞았을터. 현재 신라젠에 대해 간단히 점검해보겠다.
일반적으로 무용성평가 단게에서 임상 중단이 권고되는 경우는
1. 해당 약품의 효과가 거의 없어 임상을 지속하더라도 해당 약물의 효능을 입증할 가능성이 제한적인 경우2. 해당 약품의 부작용이 지나쳐 임상을 지속하게되면 피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신라젠 경영진은 임상중단 권고의 원인으로 약물 혼용을 이야기했으며 펙사벡의 효능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며 3상 재진행 의지를 밝혔다. 심지어 최근 문은상대표는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3상 무용성평가 번복을 예로들며 신라젠 또한 같은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한다. 애초에 임상시험 중 약물혼용이 발생한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데 이제와서는 지금까지 해왔듯 또 투자자들에게 헛된 입김만 불어넣고 있는 것 같다.
신라젠은 작년 말 발행했던 CB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라젠주가가 폭락하며 전환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 채권을 채권자들이 그대로 들고 있을리 만무하다. 펙사벡이 없다면 신라젠의 현재 회사가치는 상폐가 되어도 할 말 없을 지경이다. 신라젠은 예상치못하게 CB를 상환할 처지에 놓이며 계획했던대로 자금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신라젠은 홈페이지를 통해 "펙사벡 무용성진행평가 결과에 따라 CB의 연 이자율이 3%에서 6%로 높아졌다”며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권자와 합의해 조기 상환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연구개발비가 모자랄 상황에서 상황을 뒤집을만한 자금줄을 쥐기는 커녕 오히려 이자부담만 하고 돈을 도로 내어주게 생겼으니 신라젠 입장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어보인다.
또한 신라젠은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폭락 이전에 회사 관계자들끼리 주식을 미리 매도한 혐의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검찰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선정된 이 건의 조사자료를 넘겨받아 신라젠 수사에 착수한 상태이며 해당 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에게 징계가 발생하며 주가가 떨어질 개연성이 있다. 여기서 내가 가장 화가나는 부분은 신라젠이라는 회사 임직원들이 자기 배만 불리려 해왔다는 점이다. 돈 한 푼 제대로 못벌고 있는 회사가 여기저기서 자금조달하며 회사의 꿈을 파는 동안 임직원들에게 신주인수권을 지속적으로 부여해왔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문은상 대표는 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271만3997주를 장내매도했다. 이 중 156만2844주는 문은상 대표가 보유한 주식을 직접 팔았다. 이는 문은상 대표가 보유한 신라젠 주식 전체 520만9481주(2017년 9월 30일 기준)의 30%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매각 대금만 1,325억원에 달했다.18년 지성권 부사장의 퇴사는 신라젠 하락의 트리거가 되었는데, 이 사람은 신라젠의 파이프라인 홍보에 주력하며 각종 기업설명회와 프리젠테이션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지성권씨는 3월 행사가격 4,500원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하기도 했는데, 당시 신라젠주가가 103,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평가차액은 무려 71억이었다. 그리고 당시 350억원에 가까운 가치의 51만주를 지녔었으니...
DART 공시를 보면 17년부터 신라젠의 고위 임원들은 연이어 사임했는데, 안무경이사 임기만료 사임, 윤성진 사내이사 해임, 박병문 상무 사임, 조현명 고문 임기만료 사임, 김학우 기타비상무이사 임기만료 사임, 민은기 전무 임기만료 사임 등 상당히 많다. 임상 3상 대박으로 잘 될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사 형태는 아니라고 보인다.
한 시대를 풍미한 주식이기에 많은 개인투자자가 아직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차라리 정확한 회사의 상황을 밝히고 부패한 임직원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행동주의 주주가 모여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게 좋을 것 같다. 신라젠 주주카페같은 곳에서 옛날처럼 영차 영차 이런거 하지말고 제대로 대응하길 바랄 뿐이다.
물론 내가 펙사벡의 기술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건 주주들도 모르는 일이고, 내 생각엔 임원진들도 모르는 것 같다. 현 시점에서의 투자는 상당히 도박적인 성격을 가지며 어떠한 근거가 발표되기 전까지 단순 기대감으로 신라젠에 투자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 종목에 대한 의견은 지극히 사적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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