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0월 27일의 증시를 기억하는가? 필자도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그날 다우지수가 550포인트 급락했다. 퍼센티지 기준으로는 이번 주 월 요일의 하락폭(7%)과 비슷하다. 당시 패닉의 원인은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였다. 하지만 대부 분의 패닉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큰 의미가 없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9/11 비극이나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 같은 사건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금융시스템 붕괴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1893년의 패닉은 대공황만큼 극심한 불황을 초래했었다(사실 1930년대에 불황 이 찾아오기 전까지 대공황으로 불렸었다). 그리고 당연히 대공황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심각한 것 같았지만 나중에 보면 일시적인 문제였던, 비교적 작은 패닉도 많다.
잊혀진 패닉 이런 패닉의 한 예가 1998년 러시아 부채위기이다. 당시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세 상이 충격을 받았었다. 시장의 혼돈이 고레버리지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를 강타했고, 금융 시스템이 무너질 뻔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강압에 의해) 채권자들이 이 펀드를 구제해서 펀드의 즉각적인 청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로써 패닉이 멈췄다. 또 다른 패닉은 2011년에 발생했다. 당시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가 커졌고, 동시에 정치적 교착상태와 채무한도 싸움으로 인해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강등되었다. 그때는 큰 문제인 것 같았 고, 시장이 고점부터 저점까지 17% 정도 하락했다. 그리고 다수의 은행주와 그 외 경기주가 40% 이상 떨어졌다. 1907년의 패닉은 뉴욕의 한 주요 금융기관의 파산이 원인이었다. 도시 전체의 금융시스템이 마비되어, 경제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경기가 급격히 수축됐다. 상인들이 재고 마련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고 기업들이 임금을 지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위기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결국 중앙은행 연준(Federal Reserve)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패닉과 경기하강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1997년 패닉이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수출국(아시아 타이거)들은 자 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외국의 투자에 의존했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해외자본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달러화 강세가 달러 페그제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타이거 국가들은 자금이 자 유롭게 자국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허용했었다. 하지만 자금이 쉽게 들어오면 빠져나가는 것도 쉽다. 그리고 1997년에 이 국가들에서 대량의 자금유출 사태가 벌어졌다. 그 결과 통화가 고통스러운 평가절하를 겪었고 경제가 무너졌다. 전세계적으로 급락세가 나타났으며, 사실 이번 주 월요일 전에 마지막으로 미국 증시가 ‘서킷브레이커’를 이용해서 거래를 중지시킨 때이기도 하다. 더욱 작은 패닉의 예로는 1994년의 채권시장 혼란, 2003년의 사스(SARS) 발발, 2010년 순간폭락(Flash Crash, 무서운 이중침체 공포가 동반됐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촉진한 2016년의 유가 폭락(증시 역사상 최악의 연초를 만들었다) 등이 있다. 가장 최근의 예는 2018년 4분기에 S&P 500 지수를 고점에 서 저점까지 거의 20% 떨어뜨렸던 무역전쟁이다.
이런 소형 패닉은 표본의 일부일 뿐이다. 1960년대의 고고(go-go) 시절,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기간, 1980년대의 정크본드 시대에서 수많은 전례를 찾을 수 있다. 과거의 이벤트를 분석해보면, 패닉 때마다 나타났던 무서울 정도로 비슷한 행동 패턴 등 많은 교훈을 얻 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주요 교훈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1997년에는 다우가 550포인트 떨어지면 7% 하락이었다. 2. 과거의 소형 패닉을 신경 쓰거나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우의 550포인트 하강이 무서웠던 시절 일반적으로는 다우의 포인트 언급은 별로 유익하지 않지만, 550포인트의 하락이 시장을 일시적으로 정지 시킬 만큼의 패닉이었던 시절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요점은 장기적으로 보고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에게 증시가 상을 준다는 것이다. 투자는 쉽지 않지만 단 순하다.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고 불가피한 시장 등락을 무시하는 게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확 실한 방법이다. 25년 뒤에는 2천 포인트의 하락이 지금의 550포인트처럼 1~2%의 하락이 될 수도 있다. 증시가 시간이 지나서 오르면 장기 투자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시간이 약 3년이 지나서 지금을 돌아보면 아주 좋은 매수 기회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이번 패닉이 악화될지 어떨지 알 수 없다.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나는 패닉인지는 결코 실시간으로 파악 할 수 없다. 하지만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거의 모든 패닉이 나중에 보면 결국 ‘미니 패닉’이고, 또한 엄청난 매수 기회이다. 몇 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무관심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공포의 기억이 흐려진다. 중요해 보였던 이벤트도 시간에 의해 중요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당시에는 모두 무서운 일이었다. 그러나 주식을 매수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장기 투자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패닉이 진정되기 전에 가속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진정될 건 분명 하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히 지나 그때가 되면(많이 시간이 필요가 경우는 드물다), 사람들은 지금이 주식 매수 타이밍이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매수 기회로 보지만, 매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기다려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주가가 부적절하게 결정된 다. 필자는 투자 기간의 우위에 의존하는 사브르(Saber) 투자전략을 종종 언급했다. 지금은 이 전략이 장 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완벽한 시기다. 우량 기업의 주식이 매도되고 있다. 장기적인 사업 전망이 양호 해도, 올해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부 매도는 공포가 원인인 패닉 매도이다. 한 해의 전망이 나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싶지 않 아서 좀 더 이성적으로 매도하는 투자자도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려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된다.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는 관점을 바꿔서 큰 그림을 보라고 사람들에게 말한 바 있다. 때때로 현 상 황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내일이나 다음 주, 다음 달,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때임을 몇 년 뒤에 확인하게 될 것은 꽤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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