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운 상승장에서 미국회사채는 지속적인 호황을 누려왔고 저금리로 시원한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 워낙 등급이 높은 회사채들의 금리가 낮아지다보니 점점 등급이 낮은 하이일드 채권들의 가격도 급격히 치솟았다. 이렇게 10년간 아주 싼 가격으로 돈을 빌려왔던 기업들이 이제 시장에서 테스트를 받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향후 5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회사채 규모는 4조 달러에 이르고, 미국 기업들의 이익은 이미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떄문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레버리지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로 하여금 돈 값는 것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추가대출을 꺼려하기 마련이고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는 시장에 연쇄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가던 사이, 유가급락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기업들의 채권 가격은 크게 요동친 바 있으며 당시 붐이 일었던 뱅크론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며 수많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뱅크론 펀드를 매각했던 프랭클린자산운용은 국내 시장에서 철수 할 계획을 발표하더니 기어이 펀드런 사태가 발생하며 멀쩡한 채권들을 팔아 돈을 내어주더니, 결국은 펀드 내 대부분의 자산을 매각하며 투자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현재 미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 자체가 불황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다음 경기 침체가 미국회사채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고 그러면 금융여건이 긴축되고 고용과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만기 상환을 위한 재대출 수요는 향후 몇 년동안 상당히 늘어날 것인데, 현재의 저금리 수준으로 기업들이 자금을 차용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투기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정크본드 수준의 채권 규모가 현재 2.5조 달러로 사상 최대이고,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MBS와 유사 성격의 상품인 CLO(부채담보부증권)가 상당량 발행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시금 연쇄적인 금융 도미노가 생길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투기등급의 회사채 만기가 몰리는 2022년에는 기업들의 재대출이 복잡해질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몇 번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 기업신용 부문에서는 이미 특이 조짐이 발생하고 있다.일단 10월 S&P글로벌에 따르면 B- 등급 이하인 기업 수가 9월에 10년만에 최대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무디스는 정크본드의 채무불이행 발생이 이전 고점을 훨씬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가올 레버리지 론들의 위기는 지난 2016년 즈음에 경험한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져있어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주요 기금들이 CLO의 AAA트렌치와 AA트렌치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그 이하 등급의 트랜치와 에쿼티 부분에까지 최근 여러 사모펀드가 투자하고 있다. CLO의 만기가 일반적으로 13년 정도로 매우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정 초기 수준에 레버리지론의 디폴트가 크게 증가할 경우 상위 트렌치의 가격도 급락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라임자산운용의 출금제한조치를 통해 부각되었으나 사모펀드가 블라인드 형태로 투자하고 있는 한계기업들의 CB가 조단위에 이른다. 상환 능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보이는 기업들이 전환권을 빌미로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뒤 투자자가 피해를 덮어쓰는 상황이 몇 년 째 지속이 되고 있는대도 금융당국은 엉뚱한 곳만 들쑤시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좀비기업들이 대출 롤오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미국회사채 시장이 무너지면 국내도 여지 없이 동일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영화 '빅 쇼트' 에 나왔던 초대형 공매도를 할 수는 없어도 미국 회사채가 어느 정도 흔들리는지 예의주시하며 기회를 본다면 최소한 하락장에서도 포트폴리오의 추락을 어느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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