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정말 어렵다. 왜냐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이 어떨 때는 이 논리가 맞고, 어떨 때는 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바이오 기업들의 화려한 귀환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에이치엘비, 신라젠, 헬릭스미스와 같이 굵직한 기업들이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하며 연속 하한가를 보여주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 기대감으로 형성된 거품이 얼마나 빠르게 주가를 떨어뜨리는지도 보았고, 반대로 얼마나 빨리 주가를 올리는지도 현재 보고 있다. 종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어차피 나는 바이오 기술에 대한 원천적인 이해 능력이 부족해 해당 기술에 대해 아무리 공부하고 탐독하여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나라 시장에 만연한 한탕주의,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서이다.
주식이 오르는 이유에는 수도 없이 많은 이유들이 있겠으나 '기대감' 만큼 훌륭한 재료도 없는 것 같다. 해당 기업이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서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리고 주가는 더욱 치솟을 것 같은 그런 기대 말이다. 기대감으로 투자를 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사이트를 가지고 기업의 꿈을 함께하는 투자자야 말로 돈을 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참여자들은 단순히 주가의 상승만을 기대하고 투자를 하지, 해당 기업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마치 이름만 주식시장이고 암호화폐 시장에서처럼 투자가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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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의 저주' 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게임주와 바이오주들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 중 하나는 기대했던 게임이 출시되거나 기대했던 라이센싱아웃이 체결되었을 때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현상은 기대감에 의해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을 경우 발생한다.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 비합리적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기대를 하며 비싼 가격에 해당 주식들을 매수하고, 기대감에 주식을 매수했던 사람들은 기대가 현실이 되었을 때 재료의 소멸로 판단하고 차익을 실현한다. 시장에서 비싼 주식도 일단 사고보는 현상이 발생하는 아주 귀중한 매도 기회이기 때문이다. 흔히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라고 한다. 정보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을 땐 해당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이미 상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3상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라이센싱아웃을 하더라도 주가가 더 크게 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미 해당 정보는 모두가 아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15년 바이오기업 붐을 주도한 한미약품의 계약체결 전후 주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통화정책 덕에 전세계에는 현금이 넘쳐나지만 투자자들은 투자철학이 없고 기업을 보는 안목보다는 단순히 꿈을 사려고만 하는 것 같다.
꿈을 사는 투자로 큰 재미를 봤던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실패로 1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것도 7001억엔(약 7조4419억원) 적자라는 기가막힌 손실을 낸 것이다. 꿈을 쫓는 투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인데, 소프트뱅크의 대표적인 투자 성공사례였던 알리바바로 벌어들인 수익이 2조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손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우버(Uber)가 상장 뒤 주가가 크게 빠졌고, 위워크(WeWork) 모회사 위컴퍼니(We Co.)가 비즈니스 모델, 밸류에이션에 관한 우려 속에서 기업공 개(IPO)를 취소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투자자들은 어느정도의 경각심을 가질 것인가? 이미 대비를 시작한 투자자들이 있는 것 같다.
바이오기업들 주가가 날뛰는 현상과 반대로 리츠 주식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시장이 변곡점에 다다른 것이라는 생각이다. 상한가 바이오 종목이 속출하는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주식도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작년만하더라도 이들 리츠의 가격은 이해할 수 없으리만큼 낮았지만 롯데리츠의 등장과 금리인하로 인해 상황이 완전 바뀌어버렸다. 투자자들은 다시금 예상치 못한 트리거 하나만으로 바이오 섹터 자체가 침몰할 수 있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며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고통받았는가?현 코스닥 시장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이익기반에 근거한 접근법을 점검할 때이다. 리츠들은 직관적으로 현금흐름이 창출되기 때문에 먼저 반응이 온 것일뿐,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고 있는 가치주들이 아직 대 바겐세일 중이다. 금번 바이오 장세가 무너지면 10년의 성장주 장세가 꺾이고 가치주의 시대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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