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시경제/아이디어

원유시장은 잘 오르는 증시에 부정적인 신호 보내나?

반응형

 최근에 역사적인 저점으로 떨어진 원유 가격은 미국 증시가 3월 후반부터 보여준 회복이 취약하다는 걸 의미할까?

 지난 한 달 동안 유가 약세와 상승하는 증시 사이의 괴리 현상은 어떤 시장이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에너지 시장이 옳은 거라면 증시가 중력에 굴복해서 3월 23일 이후의 상승분을 내줄 것이다. 지난 한 주의 유가 폭락은 미국과 글로벌 경제가 받고 있는 광범위한 고통을 반영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확산 억제를 위해 강제적으로 시행된 기업 셧다운과 소비자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국제 무역 및 여행 부문을 붕괴시켰다. 결과적으로 원유 재고가 급속도로 쌓였고 휘발유와 항공기 연료 가격이 급락했다. 또한 경제 셧다운으로 인해 기업 매출과 소비자 지출이 급감해서, 미국에서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1930년 이후로 본 적 없던 대량 실업 사태가 초래됐다. 미국 경제는 다른 경제보다 더 소비자 지출에 의존한다 는 게 문제다. “수요 파괴라는 경제 현실은 다른 위험자산(특히 미국 증시) 가격에 반영된 수준보다 더 심각하다”고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트(New York Life Investments)의 로렌 굿윈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그러나 증시 투자자들은 셧다운 조치가 천천히 해제되고 최근에 발표된 정부와 연준(Federal Reserve, 미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이 수요를 촉진시키면 올해 후반에는 경제 성장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현재의 기업이익 급감 현상을 과거의 일로 보고 있다. 유가는 20년 저점으로 떨어졌고, 기한이 지난 WTI(서부텍사스유) 5월물 계약은 지난 주 월요일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해서 배럴당 -37.63달러에서 마감했다. 이런 유가 움직임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뉴욕상업거래소 원유 선물을 인도하는 허브 지역인 오클라호마 주 쿠싱에서 저장할 곳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우려에 트레이더들이 돈을 지불하면서 원유를 다른 트레이더에게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공급 물량이 다 소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마이클 포니키윅즈 아카디언애셋매니지먼트(Acadian Asset Management) 포트폴리오매니저가 전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는 다우존스마켓데이터(Dow Jones Market Data)에 의하면 3월 23일 저점 이후로 25% 정도 상승했다. 이 지수는 금요일 1.4% 상승 마감했지만, 한 주 동안 약간 내려갔다. 저렴한 유가의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라서 증시가 유가 약세를 무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미국 증시에서 그리고 회사채 시장에서도 에너지 섹터의 비중이 작다. 그리고 많은 펀드 매니저가 원유 생산 경제의 변화와 미국 국내외에서 채택되고 있는 저탄소 투자를 고려해 이 산업을 피해왔었다. S&P 500 지수 전체에서 에너지 섹터의 비중이 3% 미만이며 비투자 등급 회사채 지수 내 비중은 약 12%이다.

 “많은 시장이 이 단기 문제를 못 본 척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크리스 호프먼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 먼트(Thornburg Investment Management) 포트폴리오매니저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가 하락은 원자재 시장의 특이한 성격도 반영해서, 에너지 가격을 이용한 미국 경제 전망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호프먼이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속도로 감소했지만, 유가 폭락을 촉발시킨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전쟁이다. 그리고 산유국들은 신속한 셧다운 대응을 보여주지 못해 급감한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정하지 못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포함해서 원유 수출국들이 최근에 생산량을 줄이긴 했으나, 아직도 일간 최대 2천만 배럴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포니키윅즈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서 말했다.

 “원유시장이 무릎을 꿇었다”고 가다캐피털파트너스(Garda Capital Partners)의 팀 매그너슨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전했다. 그러나 유가 약세 문제는 저장 문제가 유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기가 가장 가까운 선물 계약만 의 문제는 아니다. 내년 초에 인도되는 미국 원유 선물도 배럴당 30달러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유 가격은 미국 경제 성장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건지도 모른다. 또한 실물 경제의 전망 에 있어서 주가보다 나은 지표로 간주되는 채권시장에 반영된 회의주의와도 일치한다고 매그너슨이 말했 다. 미국의 TIPS(물가연동채권) 기준으로 다음 10년 소비자물가 인플레율 전망치가 1.10%로,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상당히 낮다고 매그너슨이 언급했다.

 이번 주에 기업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오면 지난 한 달 동안 회복한 증시가 테스트를 받게 될 수 있다.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com) 등이 실적을 발표한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소비자들의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를 촉진한 셧다운의 수혜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5개 종목이 S&P 500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이다. 다른 종목들은 별로 운이 없는 것 같다. 한편, 미국 1분기 GDP 성장률 1차 추정치가 수요일 나온다. 그 외 금주의 주요 경제지표로는 주간실업 수당, ISM 제조업 지수, 소비자 지출 데이터 등이 있다. 또한 수요일 정책회의를 마치는 연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두 달 동안 대규 모의 통화 부양책과 신용 프로그램을 발표했기 때문에 파월 의장이 새로운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