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는 공짜 점심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하고 나서 미국 중앙은행 연준(Federal Reserve)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하고 있지만, 미국이 여전히 거대한 부채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켄 로고프가 경고했다.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 의지가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 미국 국채를 매수하 도록 고무하지만, 연준의 매입이 전체 공공부채 규모를 변화시키는 건 아니라고 로고프가 말했다. “교묘한 속임수일 뿐이다. 연준의 장기 미국 국채 매입과 재무부의 단기 채권 발행으로 달라진 건 거의 없다”고 로고프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재무부가 연준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잊은 것 같 다.” 연준과 재무부의 대차대조표를 결합시킬 필요가 있다고 로고프는 주장한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고 이 자를 지급하는 은행 예금을 받는다면 사실상 국가 부채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회계연도에 재정적자가 약 3.7조 달러(GDP의 약 18%)로 커질 것으로 추정했 다. 공공 연방 부채도 지난 회계연도 말의 약 80%에서 GDP의 10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크기가 5월 13일까지 한 주 동안 역대 최대인 6.98조 달러로 커졌다. 이전 주에는 6.72조 달러였다. 한편, 채권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몇 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흡수하는 투자자들이 너무 높은 금리를 요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선 그런 상황이지만 계속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 다.
“부채는 공짜 점심이 아니다. 실질 금리가 중요하다. 시장은 실질 금리가 다시는 절대로 오르지 않을 거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좀 순진한 생각이다”라고 로고프가 말했다. “어떤 충격이 금리를 하락시킬 거라고 시장은 오래 전부터 가정해왔다. 그런 추세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는 압박을 받게 될 날이 올 리스크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로고프가 말했다. 하지만 실질(인플레이션 조정) 금리의 상승이 부채를 통제하는 상황이 임박한 건 아니라고 로고프가 말 했다. 미 재무부의 다음 10년 차입비용(금리)이 0.70%로, 연초의 약 2%에서 하락했다. 이로써 TIPS(물가연동 채권) 거래 기준으로 인플레 조정 금리가 현재 대략 -0.48%이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40년 된 미 국채 강세장에 나타날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로고 프는 특히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꺼리기 때문에 인플레 임박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 인플레 조정 채권 금리가 급등할 경우, 연준은 금리 상한이나 금융규제를 통해 정부의 부채 비용을 낮게 유지시킬 거라고 로고프가 전했다. 로고프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의 인기가 커지고 있을 때 미국의 불어나는 공공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자국 화폐로 차입하는 선진국의 실 제 재정적자 여유는 예상보다 크다. 로고프도 미국이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런 유리한 입장을 즐기 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가 루피아로 국채를 발생해도, 이 국가의 기업들은 미국 달러화가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 및 상업 시스템 내에서 달러로 차입해야 한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재정부담은 늘어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저렴하게 차입했던 기업들이 피폐해지고 가계는 수입 재화를 더 비싸게 구입하 게 될 것이다. 수요일 미국 증시가 상승했다. 나스닥 종합 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겨우 몇 퍼센트 하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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